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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3. 18:54

00003 카테고리 없음2018. 11. 13. 18:54

00003
18살. 나이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총알처럼 날아다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몸무게 약 4~5키로 정도의 수컷 갈색 푸들 머니는 18살 노령견이다. 개 나이 18살은 사람으로 치면 88살이다.
할머니처럼 굽은 등에 배는 볼록하고 근육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다리는 벌벌 떨리고 있다. 배 밑으로 보이는 생식기는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삐져나와 애처롭게 덜렁덜렁 거린다. 끊이지 않고 애처롭게 기침을 한다.
고것도 개라고 낯선이의 방문에 경계하며 냄새로 방문자를 파악한다. 마당으로 나오자 골골골골 쫓아나와 나와 나의 개를 감시한다. 그 이유는 머니의 동생 도나 때문이다. 도나는 머니가 10살 무렵 우울증을 앓을 때 데리고 온 7살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아기 강아지를 돌보며 우울증이 낫고 이제 지는 늙어 노쇠해지고 아가였던 동생은 40키로가 넘는 튼튼한 리트리버지만 아직도 아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내고 있었다.
삶의 의미란 이렇게 강력한 것이구나...
#삶의의미

:
Posted by 꼬껴
2018. 11. 11. 22:52

00002 카테고리 없음2018. 11. 11. 22:52

00002
한 기업의 외부 면접심사위원으로 외촉받아 면접을 진행하였다. 요즘에는 학력 구분없이 지원을 받는다지만 그 직렬은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직렬이었다.
얼굴이 아직 통통한 지원자는 씩씩하게 걸어 들어와 면접관들을 다 씹어먹을 듯한 얼굴로 면접관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자신감있고 진지하게 대답을 했지만 그가 진지할 수록 나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2학년 때 일을 아득히 먼 과거의 일처럼 말하고 고등학교 3년의 시절을 지네 관절보다도 세세하게 구분하고 차별해서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후딱하면 10년 전 일이고 20년 전 얘기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직장생활의 가장 어려울 점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의 지식이 모자라 능력이 안될 것이 가장 두렵다고 답한다. 노력한 만큼 세상은 주어지고 보답받는다는 인식을 아직 간직한 그를 보며 아직 어려서 생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귀엽다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이래서 내가 꼰대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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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꼬껴
2018. 11. 10. 09:01

00001-한국에서 받는 타이 마사지 카테고리 없음2018. 11. 10. 09:01

00001
코코넛처럼 단단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살이 호빵 같이 물렁한 나의 살을 주무른다. 등,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발. 내 발은 얼음장 같이 차가워서 미리 미안함에 꼬부라진다. 따뜻한 그녀의 손에 잡힌 수족냉증 걸린 발은 염치도 없이 헤벌레 풀어져 버린다. “마이 피츠아 쏘 콜드. 쏘리” 답이 없다. 하씨 한국말로 할껄...
손으로 잘근잘근 내 근육을 푼 그녀가 내 위에 올라 섰다. 하씨 가볍다. 등, 허리, 허벅지를 타고 내려간 그녀의 맨 발이 나의 맨 살에 닿았을 때 헉! 수족냉증이다. 반갑다 친구야. 그렇게 가벼운 몸으로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우두둑 강한 압력을 준다.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무안해져서 크흥 웃었더니 그녀도 호홍 웃는다.
나의 몸은 점차 온기가 돌아 부드러워지고 그녀에게 희미한 땀내가 스친다. 어억. 또 외마디가 나오고 무마하고자 크흥 웃었지만 이번의 그녀는 답이 없다.
어두운 방. 그녀가 호이 하면 돌아 눕고 또 호이 하면 좀 밑으로 내려가고 또 호이 하면 고개를 젖히고 그렇게 우리는 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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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꼬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