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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7. 16:08

이과 남자 카테고리 없음2018. 11. 27. 16:08

공기업에서 전산쪽 일을 하는 그 분은 유독 면접과업을 어려워했다. 면접 과업이라는 게 A항목을 평가하고자 하면서도 B항목을 평가하게 되고 그마저도 면접관마다 평가가 동일하지 않으니 동일한 input에 때마다 다른 output이 나오는걸 참지 못하는 걸테다.
일편 아직 세상이 수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그의 순진함이 안쓰러웠다.
그 분은 면접자에 대해 한줄평을 쓰는것 역시 너무나 힘들어 하셨다. 마치 처음 글짓기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단어와 단어 하나 잇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의 단순함을 보며 글과 말로 먹고살고 불확실성을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아온 내가 새삼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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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꼬껴
2018. 11. 16. 01:04

0005 카테고리 없음2018. 11. 16. 01:04

보면 볼 수록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
그 다름은 내 심정의 편안함 정도에 따라
‘왜 저럴까?’ 에서부터 ‘참 다르다’까지의 평가를 받는다.
결혼 후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고 다름만이 부각되어 보여 슬펐다. 연애 때는 우리가 얼마나 똑같은가를 하나씩 발견하며 사랑을 키웠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영혼부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는데 어느 순단부터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선 자꾸 자꾸 다른 점만 보인다.
오늘도 그랬다. 남편이 말을 하는데 단전에서 “왜 또 저럴까?”라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쉼호흡을 하며 생각한다.
왜 똑같았던 사람들이 아니 똑같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리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점차 취향이 달라진걸까?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한걸 이제야 발견하게 된걸까?
근데..근데 사람들이 비슷한 그림을 놓고 다른 그림 찾기를 하지 아주 다른 그림을 놓고 다른 그림을 찾으라고는 하지 않잖아. 그니깐 우리가 연애 때는 다른 그림이여서 서로 같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비슷한 그림이여서 애써, 쓸데없이 다른그림 찾기를 하려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힘들게 찾은 그의 다른점, 그의 단점이 결국은 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
Posted by 꼬껴
2018. 11. 14. 23:07

0004 카테고리 없음2018. 11. 14. 23:07

십대의 나는 정말 ‘지 잘난 맛’에 사는 아이였다. 신문과 뉴스를 즐겨 보던 나는 어른들이란 모두 타락한 존재이고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은 타락하게 된다는 이치를 스스로 깨우쳤다. 그래서 나는 당시의 내 생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몸만 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느날인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에게 바득바득 대들은 적이 있다.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정의, 원칙, 합리 따위의 사회문제를 가지고 토론했던거 같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질기다. 아이들의 단순 무식함은 강하다. 그렇기에 문맥없는 아이들의 정의감은 막강하다.
나는 우다다다 아빠에게 쏘아댔고 아빠는 점차 대답이 궁색해졌다. 아빠는 “니가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하셨다. 나는 아빠를 나의 정의와 합리로 이겨냈다는 승리감에 우쭐해졌다.
오늘 내 앞에서 세상을 씹어먹을 듯한 자신감을 보이며 또랑또랑 해맑게 원칙론을 펼치는 고3을 앞에 두고 보니 불현듯 수십년 전의 아빠와 나의 설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날 아빠를 내가 이긴게 아니라 아빠가 #할말하않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비록 수십년이 걸렸지만 내가 스스로 깨닫게 해 주신 아빠의 배려에 고맙고 또한 세상이 그렇지만은 않다고 아빠가 어린 딸에게 직접 얘기하지 못했을 고뇌에도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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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꼬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