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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6. 23:51

악의 특별성 카테고리 없음2018. 12. 6. 23:51

초등학교 때 주택 집에 혼자 있을 때 도둑이 든 적이 있다. 10살 무렵의 여자아이 혼자 있을 때 든 도둑이라 부모님은 크게 놀라셨고 경찰 기동대가 오는 등 크게 일이 벌어졌다. 아빠는 모범자율방범위원이었나 뭐랬나 그랬다. 경찰 그 중에서도 지위가 높아 보이는 경찰 아저씨는 거듭 아빠에게 사과를 구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겠다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그래서인지 누가봐도 하등 쓸모가 없는 지문감식도 하고 그랬었다.
전말은 이랬다. 이른 저녁 시간, 부모님은 집에 안 계셨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도 없는 때 벨이 울렸다. 난 대답했고 누구누구 선생님 댁이냐 물었다. 벨을 눌렀는지 대문을 통과해 현관을 두드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당시 대문 정도는 큰 보안 장치가 아니었다. 대문이 닫혀있어도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뒷문은 열려 있기 쉬웠다.
그 중간은 확실히 기억 안나지만 확실한건 누구누구 선생님 댁인지를 묻고 어린 여자애가 아닌데요 라도 답하고 당황한 그는 어른 없어요? 묻고 나는 아무도 없는데요 했다. 그 중간 기억 안나고 아무튼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그 사람과 나는 마주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는 어렸다. 많아 봐야 20대? 당시 대학생이던 사촌 오빠들보다도 어려 보였다고 느껴진다. 그는 다시 무슨무슨 선생님 댁이냐 물었고 똘똘한 나는 우리집 바로 앞집과 그 옆집이 선생님 댁이라고 알려 드렸다. 그는 당황하다가 혼란스러워 하다가 갈등 하다가 들어가서 전화 좀 써도 될까? 라고 물었고 나는 그러시라고 했다.
그는 내가 홀로 있는 큰 집에 들어 욌고 그의 뒤로 문은 닫혔다. 그는 나에게 방에 들어가 눈을 감고 100을 세라고 했다. 왜요? 왜요? 하다가 무서워졌고 방에 들어갔고 눈을 감았다 숫자를 셌다. 100을 한참 넘기고 인기척이 사라지고도 한참 후 나는 “나가도 돼요?” 몇 번 물은 후 절벽보다 깜깜한 문을 밀고 나왔다. 그 다음 기억은 아빠와 경찰관들과 문갑을 문지르던 지문감식 솔 등 이다. 피해액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금통 몇 개와 당시 86, 88 올림픽 기념주화 정도였다. 범인 역시 잡히지 않았다.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아찔하기도 하고 그 정도였기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오늘도 불현듯...그런데 점점 그 사람은 아니 그 청년은 아니 그 소년은 잘못이 아니었던거 같다. 정말 그 청년은 누구누구 선생님 댁을 찾으러 왔었는데 내가 그 큰 집 문을 열고 나만 혼자 있고 아무도 없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길을 걷다 떨어진 돈을 발견했을 때의 그 정도 방황처럼 그리 큰 돈이 아니였을 때 슬쩍 주머니에 넣은 그 정도 갈등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보면 내가 그를 범죄의 길로 문을 활짝 열어 준게 아니었을까..
물론 당시 순수했던 길을 잃은 사람을 돕고자 했던 어린 나의 마음은 죄가 아니다. 죄라면 혼자 있을 때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면 안된다는 정도의 간단한 프로토콜을 교육을 받지 못한 무식의 시대가 죄다. 그 무식이 어찌보면 순진한 소년을 범죄의 길로 인도했을 수도 있다. 한나아렌트는 어느 평범한 누구든 어떤 상황에 처해졌을 때 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는데 같은 의미지만 나는 반대로 악의 특별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정리는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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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꼬껴